오늘 아침, 일찌감치 눈뜨자마자 못다한 일을 하다가 결국 배낭에 노트북 넣고 길 떠나서 지하철과 고속버스에 타서까지 찔끔찔끔 일하다 기흥 부근에서 와이브로 에그가 사망하시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손에서 놓고, 바야흐로 한달간의 휴가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.

네, 저 휴가 받았습니다. 그것도 무려 한달간의 황금휴가.
올해가 시민행동 상근 9년째에 접어드는데, 7년에 한번 받을 수 있는 안식년 제도가 있지만 여러 사정상 갈 수가 없었습니다. 그런데 지난 가을 갑자기 아프면서 부쩍 주변에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어요. 치료는 다행히 1월에 끝이 났지만 가능한 쉬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고, 사무실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농담반으로 '여차하면 튀겠다'는 메시지를 던졌지요. 하지만...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하던 일이나 재창립 출발시기에 있는 단체의 상황이나 휴가는 불가능해 보여서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답니다. 그런데 어느날, 우리 새 처장 빛으로가 뜬금없이 "휴가 보내주마. 쉬고와라."고 하더군요. 그것도 첨엔 일주일이다가 어느새 한달로 변했습니다. 어이쿠, 엄청 고민되더군요. 휴가갈 사람이 요청하고 인사권자가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게 정석일텐데, 어찌된 건지 보내준다는 말 듣고 정작 당사자가 뒤늦게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된 거지요. 항상 "내가 없으면 일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요."라고 까칠하게 말하던 같이 사는 친구는 아니나다를까 "한달갖고 무슨, 세 달은 쉬어야 한다고 말해요."라며 핀잔(!)을 주었습니다. ㅋ 뭐, 나쁘지 않죠. 우리 신임처장이 제가 하도 이것저것 까칠하게 구니까 좀 떼어놓을 겸 성격도 좀 고치고 오라고 보낸 게 틀림없으니, 역시 한달로는 어림없다 싶긴 하네요. ㅎㅎ
하여간 이러저러하다 결국 몇가지 스스로 단서를 달며, 한달간의 황금휴가를 받게 되었어요. 주1회는 사무실에 걸음할 일이 있고... 뭐 공식적인 단서들 외에 마음의 단서들은 훨씬 많지만, 제가 없는 동안 배로 고생할 곰탱은 오히려 무조건 이것들을 끊고 제대로 쉬겠다는 마음을 먹는게 저의 과제라고 합니다. 불가능한 꿈인 것 같지만 해보긴 해봐야지요.
계획은 아무것도 없어요. 그간 못 만난 사람들 만나러 다니고 개인적인 일들, 읽을 책들, 그간 활동에 대한 회고.. 이런 것들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분주할 것 같습니다. 지금 광양에 와 있는 것도 아무 생각없이 같이 사는 친구가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것 뿐이지요. 내일은 대구, 모레는 부산... 나도 모르는 새 이미 거침없는 일정의 질주가 시작되었어요. :) 지난 9년의 시간동안 일과 일상이 별 구분되지 않는 생활을 해왔던 제게 이 한달이 어떤 변화의 시작이 될 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. 어디서 뭐하고 있든 자주 소식 올릴께요. 근사한 자랑질 기회! 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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